2026년 AI 회사를 시작한다면, 아이디어는 세 번째다 (번역)
공동창업자도, 제품도, 아이디어도 없이 샌프란시스코에 막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2026년에 회사를 시작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Wispr Flow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Tanay Kothari는 Hector와의 대화에서 그 순서를 다섯 단계로 나눈다. 자기 이해, 공동창업자, 아이디어, 자본, 그리고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이다. 이 글은 약 30분의 영상 대화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주제별로 정리했다. 반복되는 문답은 줄였으며, 창업과 투자에 관한 조언은 Kothari의 경험과 관점이다.
오래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문제부터
회사를 만들려는 사람은 대개 아이디어부터 찾는다. 어떤 제품이 뜰까. AI 에이전트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Kothari는 그보다 먼저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구분하는 것은 지금 신나는 일과 오래 마음을 쓰게 되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은 흥미롭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신기해서 회사를 시작했다면, 시간이 흘러 그 기술이 익숙해졌을 때도 같은 일을 계속하고 싶을지 물어야 한다. 창업에는 좋지 않은 날이 많다. 그 시간을 견디게 하는 관심은 신기함보다 오래간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무너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창업자가 싸울 의지를 잃는 문제를 강조한다. 경쟁이나 자금 사정만 들여다봐서는 창업자가 왜 멈추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계속 신경 쓰일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 이유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의욕이 생기는가. 회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규모와 속도를 어디까지 원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뒤에서 투자 유치 여부를 결정할 때도 다시 등장한다.
여기에 자신이 유난히 잘하는 일을 더한다. 새로운 것을 떠올려 만드는 사람도 있고,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후자라면 누군가의 일상에서 혼란스러운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농부가 한 해의 일을 계획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디자인에 강점이 있다면 Linear처럼 제품의 완성도가 중요한 회사를 생각할 수 있다.
처음부터 특정 기술이나 시장 하나에 자신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오래 관심을 가질 문제, 원하는 삶, 남보다 잘하는 일을 먼저 알아야 뒤의 선택에도 기준이 생긴다.
공동창업자와 같아야 할 것, 달라야 할 것
Kothari는 혼자 회사를 시작해본 적이 있다. 그때 배운 것은 창업의 외로움이었다. 매일 감정이 오르내리지만 가족이나 친구가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후에는 공동창업자와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Wispr를 함께 만든 Sahaj Garg는 대학 시절부터 가까웠던 친구이자 룸메이트였다. 하지만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창업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약 3개월 동안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봤다. Kothari는 그 시간이 이후 5년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였다고 돌아본다.
먼저 관심을 두는 문제가 같아야 했다. 한 사람은 기술의 한계를 넓히고 싶고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른 목표를 향한다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회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게 된다. Kothari가 원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일,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었다.
가치관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두 사람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정직성과 고객 우선이었다. 예를 들어 사용자 데이터를 광고용으로 파는 사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어떤 동료와 일할지도 이야기했다. 능력이 뛰어나고 함께 있으면 자극을 받는 사람들로 작은 팀을 꾸리고 싶었다. 삶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하는 방식과 강점은 서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르고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동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이 힘든 사람이라면 그 부분에 강한 공동창업자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을 알아야 누구와 함께할 때 더 잘 일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다. 그는 South Park Commons 같은 커뮤니티에서 먼저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대를 알아가는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도 배울 수 있다.
아이디어보다 먼저 고객과 문제를 정한다
세 번째 단계에 와서야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Kothari가 먼저 고르라고 하는 것은 만들 제품의 모양이 아니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 또는 제품을 만들어주고 싶은 고객이다.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돕고 싶을 수도 있다.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줄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 방향을 정한 뒤 첫 번째 해결 방법을 생각한다.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가설이다.
Hector는 예전에 사업 아이디어가 생기면 법인 설립 같은 준비에 시간을 쓰고, 정작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몇 달을 보내곤 했다고 말한다. Kothari가 제시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빨리 만들어서 고객의 삶이 나아지는지, 정한 문제가 풀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객의 반응을 듣고 제품을 바꾸는 과정이 아이디어 단계에 포함된다. 아이디어를 완성한 다음 따로 사용자를 구하는 순서로 생각하면 검증이 늦어진다. 만들면서 써보게 하고,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어려운 일은 첫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것에 애착이 생기면 고객의 반응보다 그것을 계속 만들 이유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쉽다. Kothari는 첫 번째뿐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디어도 버릴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Flow는 Wispr 안에서 만든 여덟 번째 제품이었다. 앞선 제품들은 풀고자 했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나 고객을 향한 관심은 유지하면서 해결 방법은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이해와 공동창업자 선택을 먼저 하는 것이다. 제품 하나가 실패해도 함께 다음 시도를 할 이유가 남는다.
처음에는 제품을 사랑하는 100명을 찾는다
Kothari는 대학 교수에게 들었던 비유를 기억한다. 모두를 위한 제품은 받는 사람을 정하지 않은 연애편지와 같다는 말이다.
누구나 조금씩 유용하게 쓸 만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누구에게 무엇을 잘해줘야 하는지 흐려진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정말 좋아할 제품을 만드는 편이 낫다. 그다음 그런 사람을 100명까지 늘린다.
여기서 말하는 100명은 계정을 만들고 한 번 써본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돼 제품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권하는 사용자들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두루 맞추려 하기보다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잘해줄지 정하면 초기 목표가 분명해진다.
Hector는 자신이 Wispr에 합류했을 무렵을 떠올린다. 제품을 막 공개했을 때였고 사용자도 많지 않았다. 이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했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그가 꼽는 출발점은 당시 제품을 쓴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그 만족에서 제품 주도 성장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 대화는 특정 마케팅 기법을 성장의 비밀로 내세우지 않는다. 먼저 소수의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는 일에 집중한다. 다만 100명이라는 숫자만 채운다고 PMF가 자동으로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의 100명은 초기 제품을 누구에게 얼마나 잘 만들어줄지 정하는 목표다.

투자 유치는 원하는 사업의 형태를 고르는 일이다
자본 단계에서 첫 질문은 어떻게 투자를 받을지가 아니다.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만들고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Kothari는 벤처투자를 받는 사업과 스스로 수익을 내며 키우는 전통적인 사업을 구분한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창업자가 원하는 삶과 목표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그가 설명하는 벤처투자의 역할은 속도다. 돈을 먼저 투입하면 회사를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 투자한다. 천천히 쌓으면 오래 걸릴 일을 짧은 시간 안에 해내라는 기대가 자금과 함께 들어온다. 대화에서는 10년 걸릴 일을 1년에 하라는 비유를 쓴다.
투자자의 성격이 다정한지 엄격한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벤처펀드도 자금을 맡긴 사람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아직 매출이나 PMF가 없는 회사에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만큼, 성공한 회사에는 높은 성장과 큰 수익을 기대한다.
반면 스스로 수익을 내는 사업은 다른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 인쇄업이나 수영장 청소 사업처럼 익숙한 업종에서도 창업자에게 충분히 좋은 소득과 소유권을 남기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삶을 원하면서 주변 분위기 때문에 벤처투자를 받으면, 원치 않았던 성장 압박을 떠안을 수 있다.
사업 분야만으로 두 길이 나뉘는 것도 아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을 운영할 수도 있고, 같은 종류의 상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투자금을 마케팅에 크게 투입할 수도 있다. 신발 사업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회사를 키우는 방식과 외부 자금을 받아 빠르게 확장하는 방식이 있다.
속도를 높이면 실수도 늘어난다. 빠른 확장이 필요한 사업에는 감수해야 할 비용일 수 있지만, 모든 창업자에게 그 선택이 맞지는 않는다. 처음에 물었던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여기서 다시 중요해진다.
펀드 이름보다 함께할 투자자를 본다
벤처투자를 받기로 했다면 초기에는 시드 라운드에서 투자자들과 이야기하게 된다. 자금을 받는 대신 회사의 지분 일부를 내준다.
Kothari는 시드 라운드에서 지분 10%를 내주는 조건을 좋은 목표로 제시하면서, 통상적으로는 20~25%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인터뷰에서 설명한 범위다. 실제 조건은 회사와 시장, 투자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Wispr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약 3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말한다. 여러 번 투자를 받으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투자자가 창업자와 공동창업자를 보고 판단한다는 사실이었다. 제품 아이디어와 시장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를 왜 풀려 하는지, 왜 이 팀이 풀 수 있는지에 관한 설명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연결된다.
투자자는 오랫동안 회사와 함께한다. Wispr 초기에 합류한 투자자들은 몇 년 뒤에도 중요한 결정을 논의하는 상대다. 그래서 Kothari는 펀드의 유명세보다 실제로 함께할 사람이 누구인지 살핀다. 때로는 투자자가 자신을 조사하는 것보다 자신이 투자자에 대해 더 많은 평판 조회를 한다고도 말한다.
그가 확인하는 것은 정직한 사람인지, 회사가 어려울 때도 편에 서줄 사람인지, 자신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인지다. 잘될 때만 친절한 사람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창업 과정에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모두 있기 때문이다.
배울 수 있다는 기준은 특히 속도와 연결된다. 회사를 빠르게 키우려면 창업자 본인도 빠르게 배워야 한다. Kothari에게는 브랜드를 논의하는 사람, 영업을 물어보는 사람, 바이럴 마케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이전에 다른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본 사람들이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더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준다.
Hector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보고와 관계 관리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Kothari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한다. 숫자를 무조건 늘리라는 조언보다는, 신뢰할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효용에 무게를 둔 답이다.
공동창업자를 고를 때처럼 투자자를 고를 때도 관심사와 가치관을 확인한다. 그는 투자자를 거래 상대만으로 대하기보다 함께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동료로 만났을 때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PMF는 반복해서 만들고 버린 뒤에 온다
마지막 단계는 제품·시장 적합성이다. 만들었던 제품이 의도한 고객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는 상태다.
Kothari는 PMF에 도달했는지 남에게 물어봐야 한다면 아직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의 경험에서 PMF는 사람들이 팀이 제품을 만들고 고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제품을 원하기 시작하는 때였다. 문제가 없어서 평온한 시기라기보다 수요를 따라가느라 정신없는 시기에 가깝다.
이 설명은 그가 체감한 PMF의 모습이다.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할 판정 공식이나 수치 기준을 제시하는 대화는 아니다. 다만 초기 사용자가 호감을 보이는 것과, 제품을 향한 수요가 회사를 끌고 가는 상태를 구별한다.
그렇다면 앞 단계를 모두 거쳤는데도 PMF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아이디어를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으로 돌아간다. 한 번 정한 순서를 끝내면 자동으로 PMF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제품을 바꾸고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Wispr 역시 여덟 번째 제품인 Flow에서 가능성을 봤지만, 곧바로 모든 것이 명확해진 것은 아니었다. 대화에서 두 사람은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과정을 떠올린다. 1월쯤이 되어서야 분명한 PMF라고 느꼈고, 당시에는 방 안의 여섯 명 정도가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에 앞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최종 제품만 보면 놓치기 쉬운 시간이다. 잘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버리고 다음 것을 시도한 끝에 Flow에 도착했다.
Kothari가 특히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제품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만드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제품을 없애야 할 때는 애착이 판단을 방해한다. 그는 평생 수십 개의 제품을 만들고 접었고, 인터뷰가 있던 주에도 두 개를 접었다고 말한다.
이 조언은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골라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준다. 대신 오래 풀고 싶은 문제와 함께 버틸 사람을 신중하게 고르게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제품은 여러 번 바뀔 수 있다. Wispr의 경우에는 일곱 개의 제품을 접은 뒤에도 여덟 번째를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