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신뢰하는가 (번역)
1999년 7월 21일, 스티브 잡스는 맥월드 뉴욕에서 눈에 띄는 일을 했다. 먼저 Apple.com으로 이동하고, 이어서 “CNN Interactive”, 그다음 Disney.com으로 이동한 것. 놀라운 부분은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관중을 폭발시킨 것은 갓 공개된 iBook을 들고 Disney.com이 로딩되기를 기다리며 무대 위를 걸어 다닌 장면이었다. 케이블이 없다는 것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이 제품 소개 전체를 옮기지는 않겠다. 전체를 즐길 수 있게 클립으로 남겨뒀다. 잡스가 “AirPort”라고 부르고 업계 나머지가 “WiFi”라고 부른 것의 소개에서, 관련 있는 부분 몇 개를 옮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이 키노트의 본론은 앞서 언급한 오리지널 iBook 공개였다.
이 덕분에 “원 모어 씽”이 사실은 예상 밖의 추가 제품이기만 한 게 아니라, 주력 제품의 기능 세트에 대한 명시적 추가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케이블이 없습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iBook에 더해 AirPort 무선 네트워킹을 발표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무선 랜입니다. 초당 11메가비트로 동작하고, 업계 표준에 기반합니다. 이것이 802.11 무선 네트워킹이고, 앞으로 6~9개월 사이에 모두가 이 표준에 뛰어들 겁니다. 그러면 온갖 기기가 AirPort와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그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잘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이 규격에는 상당한 프라이버시 보호도 담겨 있어서, 내보내는 모든 것은 암호화됩니다. 프라이버시가 아주 많습니다. 우리는 지난 18개월 동안 루슨트와 손을 맞잡고, 그들의 무선 기술과 우리의 사용 용이성 기술을 결합하고, 사람들에게 드는 비용을 낮춰왔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꽤 비쌌으니까요.
애플의 판매 명제는 여러 면에서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다. 쓰기 쉬운 현대 기술, 그리고 프라이버시까지.
그럼 AirPort가 뭐냐고요? 첫 번째는 이겁니다. AirPort 베이스 스테이션이고,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AirPort 베이스 스테이션이 정말 멋집니다.
그리고 물론,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컴퓨터 쪽은 어떤가? iBook은 태어날 때부터 무선 통신에 맞춰 최적화된 최초의 컴퓨터입니다. 모든 iBook 안에는 안테나 두 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AirPort 카드가 있습니다. 작고 작은 카드죠. iBook은 이 카드를 받아들이도록 설계됐습니다. 한번 볼까요. 아시다시피 애플은 휴대용 컴퓨터를 통째로 분해하지 않고 키보드를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메모리를 추가하는 방식을 개척했습니다. 이제 이 방식을 개선해서 AirPort 카드를 넣을 수 있게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모든 iBook에는 AirPort 카드를 위한 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넣고, 안테나에서 온 케이블을 연결하면 됩니다. 보셨나요? 다시 돌아가서. 케이블을 연결하고 눌러 넣기만 하면 iBook이 AirPort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된 겁니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AirPort 카드를 감지하고, 컴퓨터 설정에 몇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자동으로 무선 네트워킹을 잡아줍니다. 전부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이것은 애플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루슨트가 거둔 큰 성과입니다.
이 단락은 잡설에 가깝다. 다만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내 첫 애플 컴퓨터는 그다음 세대인 순백의 iMac G4였고, 똑같은 AirPort 카드 설치 방식을 썼다. 무선을 추가하는 일이 그만큼 쉬웠다는 것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기억난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애플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애플 홈뷰(HomeView)
2주 전 나는 내가 애플 생태계에 얼마나 더 머물지 생각해봤다. 당시 곧 나올 애플 스마트홈 제품에는 분명 관심이 없었다:
그루먼의 기사에서 내게 찌른 것은 내가 애플 스마트홈 제품에 얼마나 열의가 없는가라는 점이다. 이 중 일부는 10년 가까운 시리 실망으로 인한 피로와, 음성 중심 제품을 제대로 내놓을 회사의 능력에 대한 회의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애플의 제약을 내 삶의 더 많은 부분에 끌어들이는 아이디어 자체가 괴롭기 때문이다.
그 제약은 풀 디스크 접근 같은 것만이 아니다. 애플이 온도조절기나 도어락 같은 것들과의 통합을 제공하는 만큼, 그 통합은 서드파티 기기 제조사와도 작동한다. 문제는 서드파티 기기 제조사 대부분이 형편없다는 것, 특히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시리가 완벽하다 해도, 애플은 최저공통분모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내게 훨씬 흥미로운 것은 소프트웨어 계층을 내 손으로 직접 제어하는 일이다. 요즘 AI로는 기존 소프트웨어 거의 대부분을 디컴파일할 수 있다. 최근 몇 주간 게임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 하나하나가 소스로 디컴파일되어 어느 플랫폼으로든 포팅되고 있다. 그리고 직접 쓸 수도 있다. 즉, 모든 것에 대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는 내 소프트웨어가 있는 것이다. 애플이 맞는 API를 내놓고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형편없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다.
그 제품의 이름은 Apple HomeView다. 그런데 저명한 애플 관찰자 일부는 이 제품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John Gruber가 Daring Fireball에 썼다:
내 회의론은 결국 이런 질문으로 귀결된다. 애초에 누가 우리 집과 우리 삶에 이렇게 늘 켜져 있는 화면을 하나 이상 더 추가하고 싶겠는가? 폰은 필요할 때까지 주머니에 있으면 된다. 시계는 손목에 있다. HomePod는 구석에 눈에 띄지 않게 두고도 충분히 쓸 수 있다. HomeView는 디스플레이가 실질적 역할을 하려면 눈에 띄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애플의 초기 피치는 나에게 그 존재감을 정당해 보이게 만들지 못했다.
Gruber의 회의론을 이해한다. 특히 이 제품의 참혹할 정도로 별로인 공개 영상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묘사된 교외 가족 장면 전체가 주는 스트레스에 더해, Gruber가 짚은 대로 대부분의 사용 사례는 말이 안 된다. 특히 눈에 띄는 예로, 10대 딸이 몰래 사귀는 남자친구의 메시지를 아이폰이 아니라 홈뷰에서 확인하겠는가? 그 기능이 동작하려면 아이폰이 네트워크에 있어야 하고, 최근 몇 시간 안에 잠금 해제된 상태여야 하는데 말이다. 애플은 이 장면에서 안면 인식 기반의 멀티 유저 기능을 자랑하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키노트라고 팔아넘기는 대대적으로 제작된 마케팅 영상이 세상에서 그리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홈뷰가 꽤 매력적이라고 본다. 스마트홈 기능은 실제로 유용하다:
- 몇 해 전 나는 콘도 거실 옆면에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기 위한 작은 모니터를 설치했다. 마침 라즈베리 파이가 손에 있었고, 이걸로 DAKboard라는 서비스를 돌렸다. DAKboard는 시간, 날씨, 가족 달력, 그리고 돌아가는 사진 모음을 보여줬다. 그 후 몇 년 동안 이것은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사랑받는 기기 중 하나였다.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보인다.
- 온도조절기는 다루기 까다롭고 쓰기 어렵다. 휴대폰이나 터치 기기에서 설정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지금 사는 집에서의 문제는 온도조절기가 몇 주마다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과의 연결을 미스터리하게 끊는다는 것이다.
- 이커머스 시대에 초인종은 필수적이다. 특히 성가신 “서명 필요” 건에서 그렇다. 초인종을 내 기기와 묶고 누가 문 앞에 왔는지 볼 화면까지 두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불행하게도 내 초인종도 이따금 아무 이유 없이 연결이 끊기고, 택배를 놓치고 나서야 눈치챈다.
- 카메라는 유용한 보안 장치다. 실제로 볼 수 있을 때만 그렇다. 문제는, 짐작했겠지만, 카메라가 이따금 접근 불가능해지거나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말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그렇다.
- 이따금 손을 쓰지 않고 정보에 접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요리할 때가 그렇다. 부엌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세워둘 수 있다. 그런데 레시피 도중에 화면이 잠들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방금 홈뷰를 위한 다섯 가지 설득력 있는 사용 사례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건 어렵지 않았다! 이것들은 모두 새 가정용 기기를 위한 실제로 유용한 능력들이다. 그리고 가운데 세 가지의 제한 요소가 무엇인지 보라. 서로 다른 기기들이 안정적으로 함께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애플의 신뢰 배당(Apple’s Trust Dividend)
그래서 홈뷰 공개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원조 AirPort를 떠올리게 한다. Apple Home Collection이다. 애플 보도자료에서:
애플은 오늘 Apple Home Collection을 발표했다. 실내외 카메라, 온도조절기, 온도 센서, 영상 초인종과 도어락을 포함한 새 스마트홈 액세서리 라인업으로, LG전자와 슈나이더일렉트릭과 협업해 설계했다. 이 새 액세서리들은 아이폰으로 한 번 탭하는 것부터 설정을 간단히 시작할 수 있고, 모든 것은 Apple Home 앱을 통해 관리된다. 별도의 앱이나 계정이 필요 없다. 각 액세서리는 Apple Home에서 종단간 암호화되므로, 사용자와 사용자가 허락한 사람들만 홈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오늘날 이용 가능한 수천 개의 Works with Apple Home 및 Matter 액세서리를 바탕으로, Apple Home Collection은 고객에게 집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접근을 관리하고, 하루 종일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추천 제품의 새로운 배열을 제공한다. 모든 제품은 12월부터 제공되며, 일부 액세서리는 2027년 초부터 제공된다.
“Apple Home Collection은 스마트홈 액세서리를 자신 있게 고르는 일을 쉽게 만듭니다”라고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Matthew Costello가 말했다. “업계 선도 기업인 LG전자와 슈나이더일렉트릭과 긴밀히 협력해, 모든 액세서리가 Apple Home과 매끄럽게 작동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관리하는 일이 간단하고, 믿을 수 있고, 프라이버시가 지켜집니다.”
애플이 가정에서 모든 것을 직접 할 필요는 없다. 1999년에 무선 네트워킹을 발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파트너의] 기술과 [애플의] 사용 용이성 기술을 결합하는” 일이다. LG전자와 슈나이더일렉트릭과 함께 정확히 그 일을 해냈다고 나는 낙관한다. 핵심 디테일은 “별도의 앱이나 계정이 필요 없다”는 부분이다. 이는 셋업부터 일상 사용까지 애플 제품과의 깊은 통합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이 제품의 타깃 고객은 아닐 수 있다.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는 도어락은 멋져 보이긴 한다. 호환되지 않거나 불안정한 통합에 대한 나의 해법은 AI로 내 입맛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기술의 이점을 두통 없이 원하는 평범한 소비자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그 비전을 최소한 실현하려 노력할 회사로는 애플을 다른 어느 회사보다 신뢰한다. 이 2자(Second-party) 파트너십은 훌륭한 시작이다.
애플을 다른 어떤 회사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두 번째 영역은 프라이버시다. 잡스는 27년 전부터 프라이버시를 판매 포인트로 내세웠고, 애플은 그 이후로 계속 거기에 몰아붙였다. 홈뷰의 경우 자사 하드웨어에 묶인 안면 인식 기능이 있다. 더 넓게 보면, 더 사적인 공간의 추적을 맡길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것은 애플이다. 기술과 함께 하는 약속 때문이고, 고객 데이터를 쓰지 않겠다는 일관된 입장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의 프라이버시 우산은 LG의 매우 불투명한 프라이버시 행보가 잠재 고객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애플의 신뢰 적자(Apple’s Trust Deficit)
2016년 Bloomberg는 이렇게 보도했다:
Apple Inc.는 무선 공유기를 개발하던 부서를 해체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내는 소비자 제품에 회사의 초점을 맞추려는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고,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말했다. Apple은 지난 1년간 무선 공유기 팀의 문을 닫아왔고, 엔지니어들은 Apple TV를 맡는 팀을 포함한 다른 제품 개발 그룹으로 흩어졌다. 결정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Apple은 2013년 이후, 무선 업계의 새 표준에 맞춰 잦은 업데이트를 하던 시절을 끝으로 공유기를 갱신하지 않았다. 팀 해체 결정은 회사가 현재 새 버전의 공유기를 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리킨다. 애플 대변인은 회사의 계획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공식적인 마침표는 2018년에 찍혔다. 마지막 제품 출시 5년 뒤였고, 고객은 끝내 오지 않은 업데이트를 기다리며 방치됐다. 바로 이것이 가정에서 애플을 신뢰하지 않아도 되는 한 가지 이유다. 이 회사는 이미 한 번, 아이폰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품은 시간을 쓸 가치가 없다고 결정한 적이 있다. 통합된 홈 경험이야말로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무엇인데도 그렇게 했다.
2010년대에 이르면 대다수 사람들은 ISP가 주는 WiFi 공유기나 Eero 같은 메시 WiFi 제품을 쓰고 있었다. 그래도 애플이 유용한 무언가를 할 수는 있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무선 네트워크 설계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아이폰이 공유기를 공격적으로 붙잡는다는 것이다. 애플이 자체 공유기 설계를 계속했다면 지금까지도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업은 신경 쓸 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됐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애플이 더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하나 있다. 구독 수익 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 Apple Home Collection의 카메라는 녹화된 이벤트 기록을 위해 유료 iCloud+ 플랜을 요구한다. 카메라가 많을수록 더 높은 플랜이 필요하다. 이는 서비스 중심이라는 회사의 방향과 맞는다. Apple Music은 홈뷰에서 기본 지원된다. 반면 Spotify를 쓰려면 최근 잠금 해제된 아이폰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또 하나의 신뢰 배신일 수 있다. 애플은 예전에 제품을 팔았다. 이제는 반복 수익으로 가는 통로를 팔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신뢰 문제는 홈뷰를 향한 가장 큰 질문 하나에 비하면 희미해진다. 시리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가?
시리를 신뢰하나, 아니면 아닌가(In Siri We Trust, or Not)
Mark Gurman의 Bloomberg 보도:
Apple Inc.의 새 HomeView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사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나는 이 기기를 2023년 1월에 처음 보도했다. 그때 애플은 2024년 말까지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비교적 단순했을 출시는 거의 2년짜리 지연 사가가 됐다. 원인은 애플의 AI 위기였다. HomeView에 반드시 필요한 단 하나의 기술, 즉 개편된 시리 어시스턴트의 작동하는 버전을 회사가 갖고 있지 못하게 만든 위기였다.
처음부터 HomeView는 개인 콘텐츠를 검색하고, 가구 구성원을 구분하고, 각자에게 개인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시리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터치스크린보다 음성으로 주로 제어되도록도 설계됐다. 쓸 만한 버전의 새 어시스턴트가 없으면 애플은 구상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었다. 하드웨어는 준비됐는데, 소프트웨어는 완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애플은 HomeView를 계속 미뤘다. 처음에는 2025년 봄까지, 그다음엔 여름, 그다음엔 가을, 그리고 2026년 내내 다시 미루다가 지난주에야 공개했다. 하드웨어는 나이를 드러낸다. 두꺼운 베젤, A18 프로세서, 8기가바이트 메모리. 몇 년 전에 구상된 제품임이 분명하다. 완성된 제품들은 소프트웨어가 따라잡기를 기다리며 거의 1년 동안 상자에 담긴 채 창고에 있었다.
애플이 AirPort를 끝내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기반으로 2010년대 후반에 통합 스마트홈을 제공하는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서 시리의 성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의 가정이 이미 생태계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한 문제는 아니다.
두 번째 세계, Gurman이 묘사한 세계는 애플이 계획대로 2024년에 새 시리를 제공하고, 홈뷰가 그 쇼케이스 경험이 되는 세계다. 그 시나리오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아이폰의 정보를 통합하는 일이 AI의 최전선에 가까웠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가 2026년에 살고 있는 세계는 훨씬 다른 세계다. 이 세계에서 Siri AI는 출시됐고, 이전보다 유능하지만 훨씬 느리고, 기존의 결정론적 시리가 안정적으로 처리하던 기본 작업에서 더 많은 실수를 한다. 게다가 경쟁 환경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Muse, Instinct, Dots, Grok Bots 같은 에이전트는 정보를 통합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 정보를 가지고 행동한다. 새 시리는 벌써 낡게 느껴진다.
여기서 가정으로의 진출이 특히 어려워진다. 온도조절기나 카메라나 초인종을 매년 갈아끼우는 사람은 없다. 이것들은 오래 쓰라고 만든 일회성 구매다. 홈뷰를 벽에 구멍을 내고 걸어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제품의 핵심 사용 사례 상당수에는 그쪽이 더 맞다. 그런 약속은 시리 AI가 기본 인터페이스라는 약속이고, 애플이 그것을 좋게 만들 것이라는 신뢰라는 약속이다.
이는 값비싼 선택이다.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진짜 걱정은 기회비용이다. 시리 AI가 통제하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은 다른 어떤 AI가 통제하는 세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 비싸다. 애플이 기기를 서로 맞춰놓는 일을 잘 해낼 거라고 믿고, 프라이버시에 대한 회사의 신념을 가치 있게 여기는 소비자들조차, 과연 몇 명이 나와 같은 판단을 할 것인가?
쿡의 비용(Cook’s Costs)
2026년 현재 그 답은 아마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애플은 이 제품을 아슬아슬하게 제때 내놓았을지도 모른다. 애플 마케팅 팀이 그다지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뭔가가 있다.
동시에 나는 홈뷰가 전 CEO 팀 쿡 재임기의 실수와 한계 몇 가지를 드러낸다고 본다. 올해 초 쿡이 은퇴했을 때 나는 그의 완벽한 타이밍에 대해 썼다. 애플을 넘겨받은 시점에서도, 물러선 시점에서도:
그런 점에서 쿡이 지금 물러나는 것은 옳다. 잡스가 애플을 0에서 1로 가져간 책임자였다면, 애플을 1에서 작년 기준 4,360억 달러 매출과 1,180억 달러 이익으로 가져간 것은 쿡이었다. 애플이 창업자 뒷맛이라는 형태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능력과 실행력의 증거다. 다만 그 과정에서 쿡 본인이 The Cook Doctrine과 애플을 애플답게 만드는 것을 잊어버림으로써 붕괴의 조건을 만들었는지 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_The Cook Doctrine_는 애플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 뒤에 있는 기본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애플은 시리의 기반이 되는 모델을 소유하고 통제하지 않는다. 한편 애플을 애플답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고객이 사랑하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수익에 대한 집착은 그 기준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는가? 특히 그 집착은 수익에는 기여하지 않는 사업 부문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일과 함께 커졌는데, 그 부분들이 사용자 경험을 더 낫게 만들었음에도 걷어냈다. 프라이버시는 전략 신용(strategy credit)으로서는 훌륭하다. 제품이 작동하게 만드는 일에 방해가 될 때는 어떻게 되는가?
애플의 AI 접근이 비용 관점에서 이점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빅테크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애플이 LG전자와 슈나이더일렉트릭과 홈 기기에서 협업하는 것처럼, 구글과의 파트너십(Meta Superintelligence Lab을 통한 Meta와의 뜻밖의 화해 포함)을 통해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애플이 항상 모든 것을 직접 한 것은 아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가 한때 스티브 잡스 키노트에 등장한 적이 있으니까!
차이는 그때의 애플이 단순히 따라잡으려던 것이 아니라 앞서 달리려던 애플이었다는 점이다. 잡스는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었고, 쿡은 그 씨앗을 수확했다. 쿡도 중요한 투자를 했다. 특히 애플 실리콘(그 노력이 잡스 시절에 시작됐다 해도)과 웨어러블에 그랬다. Ternus의 일은 애플의 “사용 용이성” 기술이 단지 쉬운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유용하게 만드는 일을 보장하는 것이다.